… 나의생각 2008. 11. 9. 18:44
  




얼마전 뉴스기사를 접했다.
정부가 새롭게 발표하는 '아이핀' 서비스가 여전히 ActiveX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물론 대다수의 이용자가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미국으로부터 128비트 암호화 기술 전수받을 수도 없었고, 개발할 수도 없었던 국내사정을 고려해볼때 ActiveX의 사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지만 결국 이 ActiveX는 영원히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은 녀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많은 이용자들은 이 ActiveX가 우리의 인터넷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굳이 다른 웹브라우저를 사용할 필요성을 못느끼므로 앞으로도 계속 IE를 사용하겠다고 말하거나 혹은 IE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 윈도우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어이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내가 IE의 독점을 반대하는 이유는 OS에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다면 하다못해 웹브라우저만이라도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MS의 독점체제에서 빌게이츠에 버금가는 또다른 천재의 등장으로 윈도우보다 더 획기적인 OS의 등장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MS라는 거대회사의 무조건적인 독점경영은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비젼도 제시할 수 없을뿐만 아니라 빌게이츠 그 본인이 과거 창고에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던 시절을 잊어버린 처사라고 비난하고 싶다.
과거 넷스케이프를 만들었던 한 천재가 거대회사 MS에 대항하여 브라우저 전쟁을 벌였을 당시, 물론 웹디자이너에게 있어서는 넷스케이프용과 익스플로러용 사이트를 따로 제작해야되는 부담감과 암울함이 있긴 했었으나 많은 이들에게 한명의 천재가 거대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굉장한(?), 그리고 흥미진진한 일이었음은 믿어의심치 않는다. 


현재 국내 인터넷환경은 여기저기 남발하는 ActiveX 때문에 사이트 이용에 필요한 ActiveX를 표방한 각종 바이러스나 해킹툴이 사용자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PC에 설치하여 중국해커들이 DDOS 공격을 행할 때 사용하는 좀비PC로 사용되거나, 혹은 레지스트리에 찌꺼기처럼 남아 컴퓨터의 속도를 저하시키고 최악의 경우, 고장을 발생시키는 일도 빈번하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PC가 DDOS공격용 좀비PC더라도 자신의 PC가 그런 일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ActiveX를 기반으로 한 해킹차단프로그램이 자신의 PC를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100%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있으며 자신이 해킹차단프로그램으로 생각하고 다운받은 프로그램이 오히려 해킹프로그램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정보를 빼가는 대부분의 스파이웨어들이 이 ActiveX를 통해서 이용자의 PC에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늘 사용해왔던 브라우저이고 또 익숙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오류는 눈감아 주기에 IE를 찬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정부건 대한민국에서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웹사이트업체든간에 ActiveX 하나 때문에 MS라는 거대 회사 앞에 찾아가 무릎을 굻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역겹고, 과연 이것이 IT강국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던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IT강국이 아니라 IE강국이라고. ^^;)


지금처럼 ActiveX가 남발하여서는 맥컴퓨터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국내웹사이트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게 될테고, 맥컴퓨터를 사용해보고 싶더라도 결국 자신이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울며겨자먹기로 윈도우PC를 사용할 수 밖에 없거나 맥컴퓨터에 윈도우를 설치해서 사용해야 되는 우스갯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또한, IE8 버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처럼 MS가 또다시 다음 버젼에서는 ActiveX를 지원을최대한으로 줄이겠다. 라고 선언하게 된다면 국내 IT기업과 정부는 또다시 MS앞으로 찾아가 무릎을 굻고 사정을 할 수밖에 없는 비굴한 현실이 반복될 것이다.


현재도 웹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웹개발자들은 야근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월화수목금금금 IE에서도 잘보여야 하고, 파이어폭스, 사파리, 크롬에서도 잘 보이는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 끊임없이 유효성 검사를 하고 마지막 카드로 CSS핵까지 사용해가며 모든 브라우저에서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CSS핵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웹표준화의 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웹표준화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며, 처음부터 웹표준에 맞춘 사이트 제작을 포기하고 과거의 방식으로 웹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들도 적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았을 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며 세계의 흐름에 거부하는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해본다.
또한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똑같은 인간이며, 동등하게 대우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웹세상에서 표준화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모니터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웹서핑이 힘들다는 것 조차도 모르고 있다.
(웹표준 권고안에 소개된 각 엘리먼트 속성의 경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속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웹개발자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들을 고용한 사업가의 잘못된 생각으로 빚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개발자는 자신들도 웹표준에 맞춘 사이트 제작을 원하지만 결국 사업주가 그것을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의 의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웹표준에 맞추어 웹사이트를 제작하여 의미를 살리고 구조적인 마크업을 통해 일반인이 아닌, 몸에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들도 원활한 사이트 이용이 가능하도록 신경을 써주고 있으며 어떤 브라우저를 통해서라도 동일한 결과물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사정은 편의성을 위해 다양성에 대해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오로지 IE를 통해서만 원활한 웹서핑이 가능한 대한민국. 이것이 진정 IT강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맞을까?


화려한 겉모습만을 바라볼 뿐, 알찬 속까지 볼려는 생각이 없는 대한민국의 웹시장에 깊은 한숨을 내셔본다.
화려한 겉모습에 취해 함정에 빠지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알찬 속을 파헤쳐보고 어떤 것이 더 튼튼하고 질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때. 라고 나는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