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HISTORY
비주얼록밴드 "이브" (EVE)
Dizitaku
2008. 11. 17. 00:57
과거 이브의 보컬 김세헌씨가 이브는 비주얼록밴드가 아니라고 강조했던 일이 떠오르지만 그래도 이들은 비주얼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비주얼록밴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처음 이들을 알게된 것은 레코드샵에 붙여진 이들의 3집앨범 발매를 알리는 브로마이드를 보고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2집 앨범의 타이틀이었던 'Don't say good-bye(EVE)' 라는 곡을 들어보기는 했었지만 이 당시만 해도 나는 록음악에 큰 관심도 없었고 '무슨 저런 음악이 다있어?' 라고, 그러니까 록팬들에게 몰매를 맞을만한 생각을 가진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들의 노래를 처음 접하게 된것은 친구가 선물을 해주었던 이브의 3집앨범을 통해서였다.
이들의 겉모습만 보았을 때, 그리고 록이라는 음악 자체가 누구나 강조하듯이 '반항정신' 이 가득한 음악이라는 선입견때문에 나는 이들의 노래의 대부분이 사회를 비난하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이들의 음반을 플레이시켜보았다.
처음 곡은 시작을 알리는 MUSE2. 딱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번트랙은 시작을 알리는 Intro. 세번째 트랙은 연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남자를 이야기하고, 4번트랙도 가난한 남자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앨범의 전체적인 주제가 사랑이었다. 그것도 슬픈이별을 노래하는 것이었다. 사회를 비난하는 곡들로 가득차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음악의 세계가 그 곳에 있었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타이틀곡과 후속곡으로 쓰일 곡만 좋았고, 나머지 곡들은 그저그런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음반이 주류였기 때문에 앨범에 수록된 곡이 모두 좋은 경우는 드물었지만 나는 이들의 음반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다 좋았다.
그것이 내가 이들에게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고, 록음악에 대해서 알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보컬인 김세헌씨만 이브에 남아있고 현재는 네미시스의 기타리스트였던 하세빈씨와 함께 이브로 활동하고 있지만 방송활동은 거의 없고 라이브홀에서 작은 소공연을 주로하며 간간히 앨범을 발매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는 있지 않고 그동안 쌓아온 팬층이 주로 음반을 구매하고 있지만 몇몇 인기 아이돌이 한때 존경했던 가수. 라고 말할만큼 아직까지도 가요계에 어느정도의 영향력은 가지고 있다.
이브의 1~4집까지 프로듀싱을 맡았었던 고현기씨는 현재 G.고릴라 라는 이름으로 솔로앨범을 내고, G.고릴라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었고 2007년에는 직접 여성보컬을 트레이드하여 '스프링쿨러' 라는 밴드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크게 인기는 얻지 못하고 김세헌씨와 마찬가지로 소극장 공연을 주로 하고 있다.
그 외, 기타와 베이스를 맡았던 박웅씨와 김건씨는 바이러스라는 밴드를 만들어 잠시 활동했었지만 현재도 공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바이러스의 1집앨범은 아직도 내 방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나는 김세헌, 고릴라, 박웅, 김건이 이브를 이루고 있었던 때의 이브를 가장 좋아하고 또 그 때가 전성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고릴라가 빠진 이브는 무언가 2% 허전함이 존재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공백의 크기는 더 커져가게 되었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나는 서서히 이들을 잊어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록 가요계에 큰 획을 그어놓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었고, 또 고현기씨가 천재 프로듀셔였음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만큼만 록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는 곳에서 활동했었더라면 이들은 왠만한 아이돌가수 부럽지 않게 큰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아무튼 이들은 내게 록음악에 빠지게 만들어 준 스승이나 다름없다.
비록 지금은 나 역시도 조금 보수적인 경향이 생겨 진정한 록마인드에 대해서 운운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처럼 록마니아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테니까...
다시한번 더 이들 4명이 모인 이브를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이렇게라도 한번 바래본다.